남원 선원사 지장시왕도 변성대왕 관모에서 발견
남원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은 2월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부전 지장시왕도에서 초기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태극기와 같은 형태의 태극문양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남원 선원사 지장시왕도. 1917년 제작 봉안
일제강점기인 1917년 제작 봉안된 지장시왕도는 십대왕과 권속들이 중앙부의 지장보살상을 에워싸고 있는 듯한 형식으로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제6 변성대왕 관모에 그려진 초기태극기
특히 제6대왕인 변성대왕 추정의 대왕상 관 위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태극기의 모양새가 요즈음 사용하고 있는 국기가 아닌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로 알려진 1882년 제작 ‘이응준 태극기’와 동일한 모양의 태극과, 동일한 위치의 4괘를 하고 있다. 특히 4괘의 순서가 좌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건(乾), 이(離), 곤(坤), 감(坎) 순인 다른 태극기와 달리 우로부 터 시계방향으로 건(乾), 감(坎), 곤(坤), 이(離) 순으로 진행되는 ‘이응준 태극기’와 일치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남원 선원사 지장시왕도 화기
화기에는 이 지장시왕도는 ‘수룡당 기선(水龍堂琪善)’이 당시 주지로서 ‘진응당 혜찬(震應堂慧璨)’의 증명을 받아 수화승 ‘만총(萬聰)’의 지휘 아래 ‘상오(尙旿), 행은(幸恩), 봉인(奉仁), 명진(明眞), 성열(成烈), 법상(法祥)’ 등이 동참하여 1917년 11월 5일에 시작되었으며, 11월 17일 완성과 함께 대법당에 봉안했다고 전한다. 특히 당시 증명법사인 진은 스님은 만해 한용운 스님과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일본 조동종에 맞서 임제종을 설립해 우리 불교를 수호하는 데 앞장 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장시왕도를 조사한 조계종 성보위원 김창균 교수는 조사보고서에서 다른 어떠한 불화에서도 전혀 볼 수 없는 태극기 그림을 엄정한 일제강점기인데도 불구하고 불화에 그린 이유로 “아마도 악을 멈추고 선을 행하도록 권장하는 제6대왕 변성대왕(變成大王)의 역할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유족들이 죽은 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죽은 자가 좀 더 좋은 곳으로 태어날(轉生) 수 있게 해준다는 변성대왕의 믿음과 관련지어, 어쩌면 지장시왕에 대한 기도로 인해 장차 반드시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민족의 강한 염원을 나타내기 위한 한 수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의미를 전했다.
또한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전문위원은 “불화 속 태극기가 1910년대 이후 사용된 독립운동시기 태극 문양과 같다며 오늘날 태극기의 이전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림 아래에는 당시 호남불교를 대표하는 진응스님의 증명 기록도 남아 있어 독립운동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선원사는 송명호 전 위원의 분석을 토대로 태극기 발견을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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