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연등불교인사이드
죽아단상 | Posted by 불교문화전문기자 김종열 2015. 5. 13. 13:58

다시 생각해 보는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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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는 연등

 

 다시 5월은 돌아 왔다. 작년에는 4월 초파일이 양력 5월 초에 들어 조금은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너무도 슬프고 잔인한 한 달을 보내야만 했다. 1년이 지나도 광화문에는 유가족들이 천막에 의지하여 하늘로 간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나의 답답함을 풀어 주기에는 앞뒤가 막힌 듯하다.

 4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점등식을 시작으로 불기 2559년 봉축 연등회가 시작 되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의 뜻으로 연등회의 행사 대부분을 취소했다. 오랫동안 축제를 준비해온 불자들은 아쉬웠지만 슬픔에 함께 동참하는 의미를 더 높이 새겼다. 불자들이 초파일 연등을 밝힐 때 가장 많이 듣는 법문 중의 하나가 가난한 여인 미수타의 등불 공양이야기다.

 부처님이 사위국에 머무실 때, 왕가 부유한 장자들은 아름다운 꽃과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그러나 가난한 여인 미수타는 구걸로 연명하는 처지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내었다. 하지만 여러 마을을 전전하며 구걸을 하여 한 홉도 안 되는 기름을 부처님께 공양한다. 한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와 불을 밝히던 등불들은 하나 둘씩 꺼지고 남은 한 개의 등불만은 꺼질 줄 모르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누가 공양한 등불인지 자세한 사연을 알아본 연후에 “미수타는 작은 등불의 공덕으로 백겁을 지나 성불 할 지니 그 이름을 ‘수미래등광’ 여래라 할 지니다.”고 말씀 하셨다. 미수다는 돈으로는 밝힐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등불을 공양함으로 어둠을 밝히는 ‘수미래등광’여래가 되는 수기를 받는다.

 연등은 크기나 공양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불자들은 내 연등이 부처님 전 가장 앞자리에 빛나기를 바란다. 진정한 무상 보시의 마음은 담지 않고 금전으로 자신의 지위와 우월을 나타내고자 한다. 이는 그저 등불일 뿐이다. 마음을 담지 않은 등불은 수 백년을 지속한다 한들 그저 등불이고, 진정한 공양과 보시의 마음을 담은 연등은 아무리 작더라도 미수타의 등불처럼 부처님 전에서 맨 마지막까지 빛 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그 가운데는 자본주의의 가장 심한 병폐인 천민자본주의가 횡횡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인격을 돈으로 판단하고, 돈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의 세계에는 사람이 가진 물질로 그를 판단하라는 말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라하셨고, 그 나누는 것조차도 인식 하지 말라 한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 불자들은 마음이 설랜다. 연등으로 밝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저마다의 사원에서 밤을 새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연등을 만드는 손길마다 관세음보살 육자 진언을 한 번씩 봉독함은 어떨까? 그리고는 나를 위한 서원보다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병고해탈을,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이,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는 희망이 전해지기를 서원하자. 그러면 내 자신을 둘러싼 탐, 진, 치 삼독은 물러나고 연꽃향기 가득한 부처님의 나라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번 봉축 행사에는 조계종이 주최하는 『광복70주년 기념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봉행 할 예정이다. 아마 전국의 불자들이 몰려들어 야단법석을 이룰 것 같다. 불자들의 간절한 평화의 서원이 한반도를 두루 비추어 통일의 그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불자로서 바란다. 

 총지종보 편집장 김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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